마음을 다잡고 독후감을 쓰려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. 너무도 많은 것을 한꺼번에 깨 닫고 느꼈기 때문에. 그리고 이 많은 것들을 내 마음속에 정리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 기에. 책을 읽으면서, 황당했다. 기분도 많이 상했다. 그렇지만, 연신 빨간 밑줄을 긋게 되는 그 런 책이었다. 크리슈나무르티를 제대로 만나기엔 너무도 짧았던 일주일. ‘이 사람, 감당 못 할 정도네.’ 하면서도 자꾸 마음이 끌렸던 크리슈나무르티의 강의. 사람은 진리에 끌리는 본능이 있다고 했다던가. 짧은 시간, 빳빳했던 새 책이 시커멓게, 그 리고 온통 빨간 밑줄 투성이로 변할 정도로, 나는 이 책에 빠져들었다. 온통 진리 투성이 인, 그러나 우리가 진리라고 받아들이기에 너무도 충격적인, 케이의 강연. 케이에게 가장 먼 저 들은 진리. 그것은 세상에 홀로 선다는 것, 그것이 바로 자유로움이라는 것이다. 어떤 단 체나, 이념이나 교리에 얽매이지 않고 홀로 서는 자유. 내게는 사실, 단체나, 이념, 제도 따 위가 필요 없는 것을. 그러나 나는 스스로를 두려움이라는 환상에 가둬놓고 그 도피처로 그 들을 택해왔다. 그리고,, 그래서, 나는 스스로 자유를 포기했다. 이 책을 보기 전까지, 나 는 이것이 나를 옭아매서, 나의 자유를 잃게 한다는 것을 상상도 못했다. 그래, 나는 종교 를 도피처로 이용했던 건 아니었을까. 지하철 안에서 이 부분을 읽었을 때, 나는 지하철 안 에서 소리 지르고 싶었다. 울고 싶었다. 왜 이제 알게 된 걸까. 내 자유를 왜 나는 포기하 고 있었던 걸까. 늘 궁금했었다. 나는 종교에 매달리고, 나만의 신념에 매달리고, 이념에 매 달려왔는데도 어째서 늘 두렵고, 상처받는 것인지. 자유롭지 않아서 였다는 걸 나는 이제야 알았다. 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.. 자유로운 마음은 상처받을 수도 없고, 상처 를 줄 수도 없다는 것을, 그 간단하고도 너무 깊은 그 진리를, 나는 난생처음 들어봤던 크리 슈나 무르티라는 낯선 인도인에게서 배웠다. 늘 비교해오던 내 삶의 일상들. 그리고 그것이 옳다고 주입시켰던 교육들. 늘 뭔가를 비교하고 비교 당했다. 심지어 절대 비교할 수 없는 가치들까지도 일일이 재가면서.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지도 못한 채 말이다. 비교하고, 비교당하고, 나는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가. 그래, 그래. 크리슈나의 말처럼, 비교하지 말 자. 이제는 제발. 비교를 거부하는 순간, 이제 나는 멍청하지도, 모자라지도 않은 것이다. 이것은 저것보다 위대하며, 이것은 열등하며, 저것은 좋은 것이며..이제 비교에 나를 팔지 말자. 이제는 자유로워지자. 또 엄청나게 충격 받았던 케이의 진리들 중 하나. 바로 ‘사랑’에 관한 것. 내가 이때껏 ‘그건 사랑이야’ 라고 단정 지었던 모든 것들이 바로 그 생각이라는 녀석이 만들어낸 이미지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, 내 마음속의 ‘사랑’이라는 고귀한 이미 지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림을 느꼈다. 사랑이 아닌 것들을 하나씩 내 마음에서 비워내야만 참 ‘사랑’을 알 수 있는 것. 내가 사랑했던 그 많은 것들의 이미지는 그래, 그냥 생각의 환상이었을 뿐. 오직 그 이미지라는 틀에 갇혀 그것만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. 나는 이때까 지 ‘사랑‘이라는 것에 상처받고, 상처를 준다고 생각했다. 그러나, 크리슈나가 가르쳐준 진 짜 ’사랑‘은 절대로 미움, 화냄, 질투와 상관이 없다는 것을, 그리고 만약 그런 것과 상관 이 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욕망, 쾌락일 뿐이라는 것을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. 상처 받을 수도, 상처 줄 수도 없는 것, 들꽃과 바람 같은 진실한 것. 그리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슬픔, 그리고 고통. 나는 그것의 원인에 대해서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. 슬픔과 외로움, 고통이라는 것은 내가 만들어낸 감정이라는 케이의 말에, 황당했다. 그러나 변명할 수도, 저항할 수도 없을 만큼 그의 말이 와 닿았다. 내 스스로가 나의 기준을 세워놓았기 때문에, 나는 엄청나게 중요하고 특별한 존재라고 나의 틀을 만들어 놓고, 그것이 충족되지 못해 슬퍼하고 고통을 받고 있었다. 모든 것이 환상에 불과한데. 기 준이라는 것도 내가 만들어 낸 생각일 뿐, 기준 따위는 애초에 없는 것이었다. 이것은 해서 는 안 된다. 이래야만 한다, 오늘은 이것을 끝내야만 한다… 이러한 모든 규정들과 단정들 이 우리를 옭아매고 두려움을 만들어내고 환영을 만들고, 결국엔 자유로움과 행복함을 막게 되는 것이다. 이제는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. 또한, 정말 인간으로서 알기 힘든 진리들을 내 맘에 쏙 들게 가르쳐 주었다. “인류를 진짜 사랑할 수 있다면 갈등은 해 결 될 수 있을 것인가 ?” 라는 그 누구라도 답을 말할 수 없을 이 질문을 그는 이렇게 답했 다. ‘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질문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.’ 라고. 나는 그의 이 답변에 그에게 사로잡힌 듯한 기분이었다. 살아가면서 사람이라면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았을 것 같다. 마치 내가 지구를 지키 는 만화 주인공 인냥 “세계의 위기에 대한 내 책임은 무엇인가?” 하고 나 자신에게 되물었 다. 그러나 해결되지 않았던 그 답변을, 나대신 그가 해주었다. ‘우리는 전 인류와 함께 살 아가는 것이고, 진실한 사랑은 책임이 아니다. 사랑에는 어떠한 이중성도 없다.‘ 그리고 무 엇보다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, ’나‘라는 아주 작은 틀의 문제가 아니라, 세계적인 문 제로 시야를 넓혀 바라봐야 한다는 그의 말이었다. 내 안의 작은 우물에 갇힌 채, 나는 늘 문제를 싸쥐고 괴로워했던 것 같다. 케이의 말대로, 이제, 눈을 돌릴 때다. ‘I am the world, world is me.’ 곧 내가 세상이고, 세상이 나라는 말. 이제는, 머리로 이해했으니, 마 음으로 행할 시간이다. 이제, 완전히는 아니지만, 조금은 자유로움 이란 가벼움을 처음으 로, 맛본 느낌이다. 자유로움, 내가 이것을 잃으려 할 때마다, 구속당하는 데 익숙해져 갈 때마다, 나는 이 책을 옆에 두겠다. 영원히 자유로움을 갈망하면서.